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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쓰고 싶다는 내면의 충동, 진실된 이야기로”
인간에 가까워지는 로봇, 로봇처럼 변화하는 인간에 대해 말하다
 
양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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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의 박천휴 작가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로봇의 기능과 감정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까. 인간과 동일한 구조의 신체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인간 고유의 감정인 ‘사랑’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이 같은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은 사람을 돕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이른바 ‘헬퍼봇’ 둘이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대본을 쓴 박천휴 작가는 “로봇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현대인들은 감정을 숨기는 것에 익숙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에 서투르다. 혼자 스마트폰을 들고 온 세상을 다 보는 것 같지만, 정작 내 생각을 다른 이와 나누는 시간은 줄었다. 기술자들은 로봇을 인간에 가깝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반대로 인간은 점점 기계에 의존하면서 로봇처럼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박 작가는 “인간처럼 감정이 복잡하지 않은 로봇을 통해 도리어 인간들이 놓치고 있는, 힘들거나 두려워서 감추고 있는 감정들을 담고 싶었다”면서 “이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주제는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무언가 기대할 것이 없어 편안하고, 잃을 것도 없어서 안전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무얼까 생각해봤어요. 사는 게 아무리 힘들고 고되어도 결국 우리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내 일상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일이라는 것, 바로 사랑이 가장 인간답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올리버(오른쪽 정욱진 분)가 레코드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프로그램을 통해 박 작가와 미국 출신 윌 애런슨 작곡가가 대본과 음악을 만들기 시작해 리딩과 트라이아웃을 거쳐 지난해 말 정식 공연을 올렸다. 프리뷰 공연이 매진되고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을 만큼, 작품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박 작가는 “공연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프리뷰 티켓이 금방 매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다”며 “일단 소극장 공연임에도 캐스팅이 워낙 좋았고, 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를 좋아해주신 관객들이 저희의 신작을 기다려주신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본 공연을 위해 미국에서 서울에 온 이후, 매일 같이 연습에 참석해 준비과정을 지켜봤다.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는데 특히 트라이아웃 때부터 함께한 전미도, 정욱진, 고훈정 덕분에 정식 무대를 올릴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김재범, 정문성, 이지숙까지 ‘헬퍼봇’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다들 연기 경력이 만만치 않은데다 공통적으로 순수하면서 선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윌과 제가 만든 캐릭터를 배우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담아내 살려내는 게 참 신기해요. 특히 트라이아웃 페어인 전미도, 정욱진 배우를 보면 정말 재밌어요.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자면, 미도 누나가 ‘욱진이는 헬퍼봇 버전5가 아닌 것 같다, 3이나 4정도 아니냐’고 농담을 한 적이 있어요. 연출님도 ‘욱진 올리버는 낡아서가 아니라 혹시 불량품이거나 너무 부담스러워서 제임스가 버리고 간 게 아닐까?’라고 얘기하셨고요.(웃음) 머리를 딱 붙인 욱진이의 헤어 스타일도 사실은 제가 처음에 제안한 건데, 지금은 너무 심취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아서 약간의 책임감도 들어요.(웃음)”
 
▲ 박천휴 작가는 자신이 품고 있는 또 다른 꿈에 대해 “윌과 나 모두 고등학생 때 영화감독을 꿈꿨는데, 올해 직접 대본을 쓰고 음악도 만들어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박 작가는 윌과 함께 이번 작품을 미국에 소개한 뒤, 올해 안에 차기작을 완성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음 뮤지컬은 1920~1930년대 일제 강점기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예술가의 삶을 소재로 한다. 사회적으로 큰 이야기보다는 한 개인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 조명할 계획이다.
 
그는 “클래식을 전공하고 오페라를 공부해 스케일이 큰 음악을 잘 쓰는 윌의 장기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대극장 뮤지컬용 소재를 찾은 것 같다”며 “미국인 윌이 한국 역사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자료 조사를 하고, 연구에 빠져 있을 만큼 심취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작가로서 무언가 꼭 쓰고 싶다는 ‘충동(impulse)’이 내면에 생길 때, 그 충동을 에너지 삼아서 작품을 써야한다는 것이 윌과 저의 공통적인 생각이에요. 어떻게 하면 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조급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진실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요. 좋은 대본을 쓰고 싶다는 충동이 남아 있을 때까지 열심히 쏟아내 봐야죠.(웃음)”
 
 
[프로필] 
이름: 박천휴
생년월일: 1983년 7월 24일
직업: 작가, 작사가
학력: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뉴욕대학교 현대미술
수상: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2013)
참여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카르멘’, ‘어쩌면 해피엔딩’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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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1/20 [09:57]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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