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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인가, 연극 ‘에쿠우스’
소년 ‘알런’ 통해 보여주는 현대인의 거세된 욕망
 
황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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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에쿠우스(연출 이한승)' 공연 모습. (뉴스컬처)     ©사진=수현재컴퍼니
 
본능과 이성. 인간의 본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이성이 있기에 사람의 무분별한 본능을 조절할 수 있다지만 어쩌면 지나친 이성의 발달은 정열과 갈망을 퇴화시키는지 모른다.

잠재된 욕망에 충실한 소년 ‘알런’을 통해 현대인의 거세된 열정을 이야기하는 작품, 연극 ‘에쿠우스’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극작가로 불리는 피터 쉐퍼(Peter Shaffer)의 이 작품은 신(神)과 성(性)을 향한 인간 본연의 ‘본능’과 현대인에게 ‘정상적’ 이라는 용어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작품의 주된 등장인물은 소년 ‘알런’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다. 어느 날 소년은 일곱 마리의 말의 눈을 찌른다. 헤스터 판사는 알런을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만류하고 다이사트에게 그를 보낸다. 알런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닌 ‘치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의 정신과 상담을 맡았던 다이사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런을 상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이사트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통이 있었다.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에 회의감을 갖고 있던 것이다. 자신이 제사장이 되어 아이들을 희생제물 삼아 제사를 치루는 악몽을 꿀 정도로 그는 정신과 상담이 올바른 것인지 물음표를 갖고 있다.

알런이 왜 말의 눈을 찔렀는지 추적하던 그는, 알런에게 말이 갖는 의미를 알게 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와 무신론자 아버지 사이에서 왜곡된 사랑으로 억압 받으며 자란 알런. 그는 자신의 잠재된 욕망의 분출구로서 말을 택했다. ‘말’을 라틴어로 옮기면 ‘에쿠우스’다. 소년에게 에쿠우스는 절정의 욕망이자 거대한 신앙이었다. 욕망과 신이 하나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작가 피터 쉐퍼는 신과 인간의 욕망을 같은 의미 선상에 놓고 있다.

다이사트는 알런의 ‘비정상’ 적인 행동의 원인을 알아 내지만, 그 ‘비정상’ 이라고 불리는 모습을 ‘정상’으로 불리는 범주로 옮기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에 대해 깊은 자괴감에 빠진다. 그는 비정상과 정상의 구분이 오히려 사람의 정열을 거세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하나의 균을 죽이기 위해 복용하는 약물이 우리 몸의 유익한 균을 죽이는 것처럼, 치료라는 이름으로 소년의 정신에 상담이라는 약물을 주입하는 일이 그들의 영혼을 점점 희석시킨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대인의 거세된 욕망, 그것을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건네는 질문은 묵직하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지점이기에 작품은 오랜 세월 동안 관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한국에서만 공연된 지 올해로 40주년 째다. 1975년 실험극장 운니동 소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16년 현재까지 여전히 현재성을 갖고 객석과 호흡하고 있다. 올해 무대에는 집중력 있는 눈빛을 지닌 류덕환 배우와 김윤호, 서영주 등의 배우가 알런으로 출연하며 다이사트 역에는 조재현, 김태훈 배우가 출연한다. 조재현 배우는 과거 ‘알런’으로 많은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광기에 찬 듯한 소년을 연기하는 류덕환 배우의 눈빛이 강렬하다. 작은 몸으로 큰 극장을 압도하는 에너지가 굉장하다. 객석은 알런을 통해 극의 흐름을 인도 받지만, 결국은 다이사트의 독백에서 작가의 진짜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이는 어쩌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알런이 아닌 다이사트로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에쿠우스’
극작: 피터 쉐퍼(Peter Shaffer)
번역: 신정옥
연출: 이한승
공연기가: 2015년 12월 11일 ~ 2016년 2월 7일
공연장소: DCF 대명문화공장 1 관 비발디파크홀
출연: 조재현, 김태훈, 안석환, 류덕환, 김윤호, 서영주 외.
관람료: R석 5만 5천원, S석 4만 5천원, A석 3만원

(뉴스컬처=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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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기자
現 뉴스컬처 객원기자
前 문화플러스 기자

프리랜서 작가 겸 자유기고가
"글은 연주요, 언어는 악기다"
 
2016/01/10 [11:0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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