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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초점] '화합'과 '소통'? 쟁의 중인 노동자는 어디로 갔나
예그린뮤지컬어워즈 기자회견의 기묘한 풍경
 
서정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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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아트센터 내부에 성명서가 붙어있다.     © 서정준 기자
 
[뉴스컬처 서정준 객원기자]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다. 극장 곳곳에 붙은 '성명서'와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선전물'을 뒤로 하고, '화합'과 '소통'을 외치는 장면 말이다.

지난 16일 오후, 충무아트센터에서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정영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간담회는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후보작들을 발표하고, 조직위원회의 시상식 소개,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눈에 띄었던 것은 통상적으로 진행되던 축하공연 무대 없이 배우 김대종과 조순창이 출연한 영상물을 상영했다는 점이다. '알아두면 편리한 뮤지컬 용어'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이 영상물은 현재 이른바 '뮤덕'이라고도 불리는 뮤지컬 마니아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어들을 재치있게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조직위원회 측은 "관객들과 함께하는 화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이 영상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조직위원회에서 공개한 '알아두면 편리한 뮤지컬 용어' 영상 썸네일.     © 충무아트센터 공식블로그
 
하지만 정말 그런 '은어'를 알면 관객들과의 거리감이 좁혀질까. 마치 맥락 없이 줄임말이나 유행어 자체만을 따라하며 젊은 세대와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중장년층들의 모습이 엿보였다고 하면 조금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만 '포도밭'이니 '이선좌'니 하는 단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지금의 관객층이 형성됐고, 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할지 그 맥락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관객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맥락을 파악한다면, 늘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더 넓은 관객층,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지 않을까.

또 그런 의미에서 충무아트센터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순서일 것이다. 앞서 말한 '성명서'는 충무아트센터 내 무대기술부, 시설관리부 노동자(이하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충무아트센터분회(이하 노조) 측에서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중인 것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주요 내용은 우선 그동안 노동자들의 연장근로가 지나치게 장시간 이뤄졌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노조 측에 의하면 쟁의가 시작되기 전인 2018년 4월, 6개월 이상 근무자 8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인당 월 52시간의 무료 노동, 총 2,564시간의 연장근로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렇게 장시간 노동을 하고 보상휴가를 받지만, 인력 자체가 모자라서 보상휴가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이어 쟁의 조정 과정에서도 충무아트센터 측이 '기간제 노동자 1명만을 채용하겠다'고 전해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노조 측은 선전물을 통해 '손익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 재고', '지속가능한 문화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경영 가치관 수립',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충무아트센터의 장기비전 마련', '적정인원 확보로 살인적인 노동시간 단축', '희망이 보이는 승급제 및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관리', '공연안전 보장을 위한 점검기간 확대, 특히 장기 공연 이후 점검일 수 보장'을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느새 150일을 훌쩍 넘긴 이번 쟁의행위는 최대 주52시간으로 근로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맞이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력충원을 요구해왔으나 이에 불응한 충무아트센터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다.
 
▲ 쟁의 중임을 알리고 있는 충무아트센터 입구.     © 서정준 기자
 
이를 두고 공공운수노조 윤태희 충무아트센터분회장은 "결국 모든 것은 관객을 위한 행위"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전했다. 공연계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과도한 노동이 이뤄지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실질적으로 무대와 관객 전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극장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한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31일 중 30일, 주 90시간 가까이도 근로하기도 했다는 윤 분회장은 "얼마 전 김천에서 한 스태프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여기저기서 매번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충무아트센터만이 아닌 공연계 전체의 문제다. 이런 사고들이 언젠가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차분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그는 "그렇지만 교섭이 결렬된 후에도 파업을 하지 않고 선전을 통한 쟁의행위를 택한 것 역시 관객들을 위해서다. 저희가 파업한 상황에서 공연이 강행되면 안전 점검, 관리 없이 진행되는 공연에서 벌어질 사고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재 노조가 파업이 아닌 선전 중인 이유를 설명했다.

무대감독들의 삶은 고달프다. 공연 시간이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해서 오후 2시까지 출근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오후 10시에서 12시가 돼야 일이 끝난다. 공연 기간 내에는 공휴일, 토, 일요일을 가리지 않고 무대를 지켜야 한다. 기존 작품이 철수하고, 새로운 작품이 들어오는 셋업 기간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해야한다. 진행 상황에 따라 새벽까지 일을 하는 것도 이들에겐 '당연한 일'이 됐다.
 
그나마 충무아트센터의 경우 다른 극장에 비해 아주 조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노사합의가 이뤄져, 추석, 설날 당일 등에는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윤 분회장은 "처음에는 다들 '왜 이런 날 공연을 안 하냐'고 하다가도 막상 실제로 공연을 해보면 다같이 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덕분에 다른 날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서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다른 공연에 출연하는 어떤 배우는 명절 연휴 기간, 원 캐스트로 주10회 공연을 해야하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 적이 있다. 그들 역시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휴식이 따라올 때 더 나은 공연의 질이 보장되는 것도 당연하다.
 
▲ 외부에서 바라본 충무아트센터 전경.     © 서정준 기자
 
이를 두고 충무아트센터 측은 뭐라고 이야기할까. 충무아트센터 측 성지형 본부장은 현재 일어나는 쟁의 행위에 대해 묻자 "아무도 저희 측 입장은 물어보지 않아 아쉬웠다"며 반색을 표했다.
 
이어서 성 본부장은 "오해가 있다. 저희도 인력 충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해왔다. 이전부터 인력 충원 요구는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그에 따라 김승업 사장이 부임한 2016년, 중구청에 의뢰해 현재 근로 상황이 적합한 것인지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 결과 인력 충원이 필요하지 않고, 현재가 적절하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인력 충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충무아트센터 자체의 판단이 아닌 중구청의 입장이 반영된 것임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는 시행유예기간이 나왔고, 이에 따라 노조측과 상의해 정말 인력 충원이 필요한 것인지 시범운영을 통해 확인한 뒤, 정말 인원이 부족하다고 밝혀지면 충원을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 이를 거부하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인력 충원을 건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 측과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성 본부장은 끝으로 "그렇지만 정말 6명이나 되는 인원이 더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무대감독들만 과로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지 않나. 10명에서 단번에 16명으로 늘리자는 요구를 받아들여준다면, 사무직 등 다른 부서의 입장도 고려해봐야하지 않겠나"며 노조 측의 요구를 들어주긴 어려울 것이라는 뉘앙스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한편, 노조 측의 입장은 "더 이상은 충무아트센터를 믿을 수 없다"는 쪽이다. 노조 측은 "인력 충원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이야기됐던 부분이다. 이미 위반해오던 근로기준법인데 개정안이 시행됐으니 다시 한 번 필요성을 검토해보자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 사측은 이전부터 '조금만 더'를 외치며 인력 충원의 시기를 미뤄왔다"고 맞서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이미 충무아트센터 내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윤 분회장은 이에 대해 "주 52시간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40시간에 최대 12시간 연장을 하라는 이야기다. 52시간이 기본이 아니라는 이야기"라며 모든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로를 당연히 여기는 사측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서 "결국 이번 사태는 충무아트센터만 얽혀있는 문제는 아니다. 나라에서 주52시간 근로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으면 세부적인 시행 역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정부 측에서 의지를 가져야 할 문제다. 관객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면 좋겠다"며 제도적인 정비가 이뤄질 수 있게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기자회견 현장. 김승업 사장(왼쪽 세 번째)를 비롯해 회견에 참여한 인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기자
 
공연계는 늘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이뤄졌다. 앙상블이나 조연 배우들의 몸값이 상상 이하인 것도 알려진 사실이며, 그에 못지 않거나 그보다 더 나쁜 처우를 받는 스태프들 역시 상당수란 것도 드러난 사실이다. 이번 공공운수노조 충무아트센터 분회의 쟁의가 이러한 문제들을 제거하는데 장차 '작지만 큰 발자국'이 되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오는 11월 5일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열리는 충무아트센터에는 더이상의 성명서가 없기를, 충무아트센터와 조직위원회 측이 이야기하는 '화합'과 '소통'이 진짜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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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0 [11:05]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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