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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 옷 차려입은 [로미오와 줄리엣]
창극과 어우러져 한국만의 ‘흥겨운’ 비극으로 승화
 
이가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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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박성환)의 공연장면 중 재수굿판이 벌어지는 흥겨운 모습(왼쪽), 로묘와 주리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오른쪽)     © 사진제공=서울국제공연예술제
 
백중날 재수굿판. 꼭두쇠가 객석 사이를 뛰어다니며 흥을 돋우더니, 기어이 관객 10여명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 중에는 외국인 관객들도 꽤 눈에 띈다. 배우들과 관객들이 어우러져 ‘강강수월래’ 노래에 맞춰 어깨춤을 추더니, 갑자기 허리를 숙인다. 여주인공의 기와밟기(허리를 굽히고 늘어선 대열의 등을 밟고 건너는 놀이)가 시작된다.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박성환)의 한 장면이다. 그것도 ‘로묘’와 ‘주리’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잠깐,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라며 재차 확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수차례 공연이 무대에 올랐지만, 창극과의 만남은 새로운 시도다.
 
자연히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는 창극과의 만남으로 향했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 막이 올랐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국립창극단은 창극도 서양 고전 작품을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국악은 작품을 ‘흥겨운’ 비극으로 승화시켰고, 한국 특유의 놀이판 문화는 일찌감치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없앴다.
 
한국적 색깔을 입힌 만큼 공간적 배경과 캐릭터 이름에도 변화를 줬다. 대립각을 세우는 두 가문은 전라도 남원 귀족 최불립 가문과 경상도 함양 귀족 문태규 가문. 사랑에 빠지는 남녀는 로묘와 주리. 빨리 발음하면 원작 캐릭터의 이름과 흡사함을 알 수 있다.
 
둘의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백중날 최불립 가문이 가정과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벌인 재수굿판에서 둘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날 놀이판에는 탈춤, 버나돌리기, 꼭두각시 놀이 등 다양한 전통 연희가 이어진다. 관객을 무대로 끌어올려 흥겨운 어깨춤을 추는 등 마당극 형식을 차용하기도 했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 둘은 구룡폭포 아래 무당집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두 집안의 싸움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태껸과 어깨춤을 선보이며 한 판 놀이를 하는듯한 모습이었고, 점점 커지는 북소리로 극적 긴장감을 더했다.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진 셈이다.
 
극의 절정은 두말 할 것 없이 로묘와 주리의 이별 장면이다. 주리의 사촌 오라버니를 죽인 로묘는 강제 유배를 떠나게 된다. 무대 뒤편에는 굵은 비가 내리고 동시에 구슬픈 국악 연주가 흘러나온다. 둘의 애잔한 목소리에는 한(恨)의 정서가 깊이 내재돼 있다. 빗소리, 음악 그리고 목소리 3박자가 어우러져 한국적인 비극이 탄생한다.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대사는 판소리 형식에 맞게 변화를 줬다. 주리를 보고 첫 눈에 반한 로묘의 입에서는 “터질 듯 벅찬 이 맘, 꿈 깨질까 염려로다”는 대사가 흘러나왔다. 또한, 무대 배경이 경상도와 전라도인 덕분에 공연 내내 배우들의 구수한 사투리로 객석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다만, 영어 자막을 지적하고 싶다. 이날 공연에는 외국인 관객들이 꽤 눈에 띄었다. 분명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기대를 안고 왔을 게다. 구수한 사투리와 한국적 문맥의 미묘한 뉘앙스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외국인에게도 익숙한 스토리라 공연 이해에 큰 지장이 없었을 게다. 더구나 흥겨운 국악 연주와 전통 연희 장면들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공연정보]
공연명: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연출: 박성환
공연기간: 2009.10.14~10.15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장종민, 한선하, 박희정, 이성도, 최영훈, 이원왕, 이동훈
티켓가격: 일반 R석 4만원/ S석 3만원, 청소년 R석 3만원/ S석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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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온 기자
뉴스컬쳐/편집국/문화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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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5 [11:54]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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